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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특별한 야구 기부, 아이들을 바꾼다

날짜 : 2016-04-22 오후 3:27:00

삼성의 특별한 야구 기부, 아이들을 바꾼다


대구 덕화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삼성 라이온즈의 BBF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야구는 친구’를 표방한 BBF는 삼성이 5년째 추진 중인 지역 밀착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삼성의 현직 선수들과 구단관계자 등이 일일 야구 교사로 학생들과 호흡하고 있다. (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야구를 소재로 한 많은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에는 꿈과 희망이 공통적인 소재로 등장한다. 대부분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것도 특징이다. 초인 같은 주인공과 함께 팀원들이 하나 돼 역경을 뚫고 우승하는 것이 주된 스토리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야구는 소수의 엘리트 선수들만의 이슈다. 청소년들은 성인이 될 때 까지 약식 경기로도 야구배트 한 번 직접 잡아보기 힘들다. ‘입시지옥’이라 불리는 삭막한 교육환경, 우리교육 현장의 민낯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에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있다. 야구가 청소년들의 삶으로 조금 들어와 모습이 조금씩 바뀌어 간, 영화 같은 일이다.


삼성의 조용한 재능 기부, 지역사회를 바꿨다


삼성의 특별한 야구 기부, 아이들을 바꾼다


포기 하지 않는 이상 실패는 없다. 이 학생은 노력 끝에 이날 난생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공을 날려보냈다. (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 4년간 학원 폭력 예방에 큰 효과를 거둔 야구 재능기부 프로그램 ‘야구는 내 친구(Baseball is my Best Friend?이하 BBF)’의 2016년 스케줄을 시작했다. BBF는 청소년 문제를 지역사회에서 해결하자는 지역단체들의 문제의식, 이어진 협업을 통해 출발했다. 삼성, 대구교육청, 지역언론이 주체다.

지난 2011년 12월 대구 모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자살 사건으로 청소년 학원 폭력이 지역사회에 큰 이슈가 됐다. 이에 삼성과 대구교육청, 지역 언론의 삼자가 협력한 BBF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BBF의 주된 내용은 야구 재능기부를 통한 청소년들의 간접 체험과 야구 단체관람을 통한 협동심 강화 등 청소년들의 심신 수련이다. 삼성은 지도자를 파견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대규모 야구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른 구단들의 사회 환원 차원의 활동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 그 대상이 매우 폭넓고 꾸준하다는 것. 더 지역사회와 밀착한 활동의 성과 또한 현실에서 나타났다는 점이다.

조용하지만 빠르게 교실 속에 스며들었다. 8개 특별광역시에 대한 교육부 평가에서 대구시 교육청은 BBF 시행 이후인 2012년부터 4년 연속 평가 1위에 올랐다. 특히 평가 영역 가운데 학교폭력 예방 부분에선 줄곧 최우수 점수를 받았다. 야구를 경험하며 함께 친밀해지고, 그 속에서 학교의 구성원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는다는 애초 목적이 소기의 성과를 낸 셈이다. 대구시교육청과 대구지역 학교, 교사, 지역 언론, 그리고 삼성이 하나로 뭉쳐 이룬 작지만 큰 변화, 깊은 울림이다.

‘야구는 내 친구’라는 프로그램 슬로건처럼 2012년부터 대구지역 전체 124개 중학교를 삼성 선수들과 전직 야구인 출신의 프런트들이 직접 방문했다. 프로구단이 먼저 발 벗고 나서 ‘야구 멘토’이자 ‘전도사’로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춘 이 경우는 조용하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과 선생님을 함께 야구장에 초대하는 ‘선생님과 야구관람’ 프로그램도 큰 성공을 거뒀다. 사제지간이 교실을 벗어나 녹색 그라운드에서 함께 응원하면서 벽을 허물었다. 신축구장 시대를 맞아 올해도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

BBF에 참여한 숫자도 광범위하다. 2012년부터 주중 야구교실, 토요일 야구교실, 선생님과 야구관람 등에 학생 및 교사 인원만 총 4만6428명에 이른다.



안현호 삼성 단장 “야구 통해 ‘함께’의 의미 배웠으면”


삼성의 특별한 야구 기부, 아이들을 바꾼다


일일교사로 나선 최무영 삼성 운영부장(왼쪽부터)과 구준범 박상원. (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안현호 삼성 단장은 BBF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이 중 한 명이다. 2군 선수단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직접 학교에 방문하는 것으로 야구교실 프로그램이 확대된 것에 안 단장의 결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안 단장은 “2012년 사건을 통해 큰 경각심을 갖게 된 구단이 야구를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소하고 청소년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고심한 끝에 BBF를 떠올렸다. 야구가 청소년들에게 다가가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야구를 통해 협동심, 우애 등의 상생의 의미를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며 BBF의 탄생배경을 설명했다.

청소년과 선수들과의 만남, 구단의 이벤트가 작지만 큰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안 단장은 “야구는 협동심을 배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스포츠다. 요즘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호흡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혼자선 할 수 없는 야구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고 협력하면서 경쟁 이상의 기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통 큰 지원에 들어갔다. 올해부터 전면시행 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과 신축구장 개장에 맞춰 관람프로그램을 전면 확대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라이온즈파크 3루 3층 관중석 상단에 BBF 전용존을 마련, 경기 당 수백명의 대규모 인원을 홈경기에 초대한다. 대상 학생과 교사 숫자만 2만3686명에 달한다.

프로구단이 지역사회의 지지 없인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도 확고하다. 안 단장은 “팬들과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지지가 없는 프로구단은 존립하기 힘들다. 팬들이 있어 구단이 존재한다. 앞으로도 삼성은 몸을 낮춰 팬들에게 다가 갈 계획이다. 선수들을 직접 만나고, 야구장을 방문한 학생들의 ‘처음’이 구단과 ‘재회’하는 반가운 인연으로 이어지길 고대한다”고 했다.



웃음꽃 피어난 덕화중학교, 야구로 하나 됐다


삼성의 특별한 야구 기부, 아이들을 바꾼다


학생들은 상의하고 토론하며 ‘하나’가 됐다. (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대구고산중학교를 대상으로 한 삼성의 방문지도교육도 스타트를 끊었다. 2번째 대상인 덕화중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햇살 좋은 어느 날, 덕화중학교 3학년 2개반 60여명의 5교시는 특별야구수업으로 열렸다. 일일교사는 삼성 라이온즈의 마운드 기대주 우완투수 박상원과 좌완투수 구준범. 더해 경북고 재학시절 강타자로 활약했던 최무영 삼성 운영부장과 임직원도 함께 했다.

훤칠하고 당당한 외모의 선수들을 본 학생들은 환호성부터 질렀다. 체육수업 시간에 티볼을 접해보긴 했지만 난생처음으로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른 그들이었다. 프로 구단에서 나온 이들이 베이스와 티볼세트를 설치하는 모습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학생들은 이내 특별수업에 진지하게 몰입했다. 야구라는 종목의 의의, 야구배트를 잡는 법부터, 야구의 기본 룰과 진행방식을 숙지한 이후 미니티볼 게임을 했다.

생전 처음 해 본 야구가 익숙하진 않았다. 야구공 대신 배트를 허공으로 날리는 학생들도 속출했다. 그럴 때 마다 학생들은 운동장이 떠나갈 듯 박수를 쳤다. 하지만 실패는 없었다. 그런 학생들에겐 교사 박상원, 구준범, 최 부장의 족집게 레슨이 따라붙었다. 상세한 지도를 받은 학생들은 ‘난생처음’으로 그라운드에 공을 날리고 1루까지 전력 질주했다.

웃음이 가득했다. 공을 잡기 위해서 바닥을 구르고, 서로 부딪히기도 했지만 울상인 학생은 없었다. 되려 승부에 집중해 몸을 던지고 득점이 날 때면 함성을 질렀다. 친구들의 플레이에 자신의 일 같이 기뻐하고 아쉬워하는 모습. 박상원과 구준범도 예상보다 뜨거운 학생들의 열기에 전염됐다. 마치 해당 팀 감독이 된 것처럼 박수를 치고 소리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덕화중학교에 웃음꽃이 피었다.



“야구가 이렇게 재밌는 지 몰랐어요”


삼성의 특별한 야구 기부, 아이들을 바꾼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최무영 부장. 묵묵한 조연을 자처한 최 부장은 삼성의 조용한 노력이 투명한 시선으로 비춰지길 바랐다. (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수년째 지도교사를 자청하고 있는 최 부장은 성준 BB아크 코치와 경북고 동기였던 선수 출신의 프런트다. 류중일 삼성 감독의 1년 선배이기도 한 최 부장은 현역시절 강타자로 이름을 떨쳤다. 야구단의 살림살이를 책임져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운영팀의 부장인 그가 왜 학교들을 찾아나설까. 그것도 시간을 쪼개 적극적으로 말이다. 아이들이 좋고, 야구가 좋아서다.

최 부장은 “직접 나와서 수업을 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고 재밌다. 이렇게 호응을 잘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오늘같이 선수들이 함께 해 준 날은 더 특별하다. 우리에겐 그냥 하루지만 학생들에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삼성의 일원으로 학생들과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어 늘 보람차고 기쁘다. 이들이 지금부터 삼성의 팬이 되길 바란다”며 웃었다. 이날 최 부장은 ‘곧 TV에서 볼 선수’로 박상원과 구준범을 소개하곤 ‘얼굴을 잘 기억해야 한다’는 기분 좋은 으름장을 놓기도.

각각 어깨부상과 허리부상으로 잠시 공을 손에 놓은 박상원과 구준범도 모처럼 활짝 웃었다. 힘든 재활과정에서 도움을 주려 나선 것이 되려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박상원은 “경찰청 제대 후에 준비도 많이 했고 기대가 컸는데 갑자기 부상을 당해서 많이 힘들었고 실의도 컸다. 그런데 이렇게 나와서 학생들이 웃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 전환도 많이 되는 것 같고 한결 의욕이 생겼다. 학생들이 잘 따라줘서 정말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구준범은 “운동신경은 그리 뛰어나진 않은 것 같지만(웃음) 학생들이 생각보다 야구를 잘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서로 공을 던져주고 받으면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어야 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했다. 선수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학생들과 교사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덕화중학교 3학년 체육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병택 교사는 “학생들의 호응도가 아주 높다. 일선 학교에서도 즐겁고 새로운 스포츠라는 주제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성과 장비 부족, 부상 우려 등으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렇게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 것이 큰 계기가 될 것 같다. 체육을 통한 교육가치는 무궁무진하다. 학생들이 협동심을 직접 몸으로 배운 좋은 하루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어느덧 선수가 다 된 학생들을 지켜보며 선생님의 입가에도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덕화중학교 3학년 류연석 군은 “정식 경기는 처음으로 해봤다. 머릿속에서 생각만 했을 땐 힘들고 별로일 것 같았는데 야구가 이렇게 재밌을지 몰랐다. 사실 오늘 나는 그렇게 잘 치진 못했다. 그래도 친구들이 잘해주고 함께 힘을 합쳐서 1점차로 우리팀이 경기에 이긴 것이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같은 반 이진희 양도 “초등학교 수업 때 한 번 배트를 잡아본 적은 있지만 야구는 처음이었는데 의외로 하는 것도 되게 재밌었다. 원래 야구를 좋아하고 삼성을 좋아하지만 오늘 계기로 더 열심히 야구를 볼 것 같다. 야구장에 가는 것도 기대된다”며 눈을 반짝였다.

야구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프로구단이 지역사회와 협력해 그들의 목소리와 고충에 관심을 기울일 때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음을 삼성과 지역단체들이 증명했다. 조용하지만 힘찬 이 행보를 다른 구단들이 조금 더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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